타이탄의 도구들

기억을 복제한 인간의 인생은 영원한가?

그루부기 2023. 2. 8. 23:06
728x90

!주의! 이 글은 아바타2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오늘 포스트는 참고없이 그냥 생각나는대로 작성해보려 한다.


아바타2에서 쿼리치 대령의 기억을 복제한 나비(Na'vi)족 아바타를 보면서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죽은자의 기억을 복제한 생명체를 기억의 주인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이 기억을 복제한 생명체는 기억의 주인인가? 기억의 주인은 기억 복제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1. 제이크 설리의 기억 복제

아바타 1편에서 제이크 설리는 불구가 된 해병대원이었고, 에이와를 통해 자신의 아바타와 영원한 동기화(어떻게 표현하는게 좋을까 생각했다. 합체? 흡수? 융합?)를 이루게 된다. 이를 통해 제이크는 아바타의 육신에 제이크 설리의 정신이 합쳐진 새로운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에이와를 통해 아바타 육신과 동기화된 제이크 설리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 과정은 윤회나 부활이라기 보다는 정신의 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억이 끊기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육신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2. 쿼리치 대령의 기억 복제

그러나 악역인 쿼리치 대령은 1편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에 의해서 죽게된다. RDA는 이런 쿼리치 대령의 생전의 기억 복제본을 아바타에게 주입한다. 이미 기억의 주인은 소멸하였고, 이전에 복제된 기억이 새로운 생명체에 주입된 것이기 때문에 제이크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기억이 복제된 새로운 생명체는 이미 소멸된 기억의 주인의 기억이 이어진 것이 아닌, 복제 시점부터 다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새로운 생명체는 기억의 시차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기억상실증처럼 기억의 복제 시점과 새로운 생명체에게 주입된 시점까지는 빈 공백인 것이다.


제이크 설리는 모든 감각이 인식이 되고 기억의 이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이것 역시 기억 속에 각인이 된체 나비족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은 기억을 복제하는 것이 기억 속에 각인이 되었지만, 그 이후의 죽음은 복제된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억의 시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술을 많이 마시면 필름이 끊기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술을 마신날과 필름이 끊긴 이후의 일상의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혼란 스럽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기억의 시차가 엄청 길다면, 복제된 생명체는 혼란을 느낄 것이고, 이러한 기억 복제의 후유증을 회복하는 것 또한 많은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어쩌면 기억 복제에도 골든 타임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기억 복제 시점과 복제 기억의 재시작 시점과의 차이 기간은 어쩌면 생명체의 정신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나'라는 감정은 복제 이후에도 지속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우리의 뇌는 정보를 보정하여 익숙한 것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이것이 기억 복제에 적용이 된다면, 이러한 뇌의 보정작용을 통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감정을 보정할 수 있는 조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기억 시차에 대한 부분도 기억 공백에 대한 충분히 합리적인 조작 기억을 주입한다면, 쇼크를 최소화 하여 새로운 생명으로 기억을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밖에 기억 복제에 관한...

기억 복제라는 부분에서 최근 넷플릭스의 영화 '정이(JUNG-E)'는 이러한 기억 복제를 주제로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정이'는 뇌 데이터의 소유에 대한 윤리적인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영화였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넷플릭스의 얼터드 카본 시리즈도 이러한 기억 복제를 통한 윤회를 다루고 있다. 기본 설정은 기억 복제가 가능한 세상에서 주인공인 '타케시 코바치'의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며, 이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육체로 기억이 주입되어 겪게되는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표현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에 AI가 발달하고, 데이터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발달하면서 언젠가는 이러한 기억 복제를 통한 복제 인간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AI발전에 따른 흥분과 놀라움만 느낄 것이 아니라, 과연 그 시기에 인간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평소에 나는 글을 쓰면서 맞춤법 검사를 사용한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맞춤법 검사 없이 그냥 글을 올려야 할 것 같다. 오타나 틀린 맞춤법이 오히려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 지도 모르니 말이다(혹은 AI가 오타나 틀린 맞춤법도 흉내내는 시대가 오거나...).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