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

뇌를 깨우는 스트레스 이용법(feat. 예전 직장 이야기)

그루부기 2022. 11. 1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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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트레스 하면 어떤 게 생각이 나는가?

짜증 나고, 힘들고, 기분 나쁘다고 느끼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도무지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를 고민고민하다가 한순간에 팍! 하고 해결 방법이 떠올라 쾌감을 느꼈던 적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

예전에 다니던 직장은 마케팅 에이전시였었다. 물론 나는 마케팅 업무를 보진 않았지...

그런데 우리 본부의 이사님은 철저한 완벽주의를 따르는 사람이었다.

맘에 들지 않거나 실수를 하면 고성이 들리거나,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직설적으로 무능함을 탓하기도 했다.

가끔은 마케터들에게 야근 중에 2시간 이내로 아이디어 마케팅 아이디어 10개 가져오기라는 미션을 시키기도 한다... 10개인지 20개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그날 이사님의 기분 상태에 따라서 그때마다 다르지 않았나 싶다.

보통 그런 날에 그런 미션을 받은 마케터들은 내려와서 한숨을 푹푹 쉬던가... 나가서 담배를 피우던가 한다. 그리고 신나게 욕을 한바탕했겠지...

그리고 모두가 들어와서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다.

첫 번째는 집에 가고 싶다는 스트레스... 두 번째는 어떻게든 그날의 아이디어 개수를 채워야 한다는 스트레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마케터들이 아이디어를 채우기 시작한다. 마케팅 아이디어 회의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이사님은 마무리는 피드백을 잘 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례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나온 아이디어가 부정적인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니깐 이상한 아이디어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봐라...

집에 가고 싶은데... 일단 10개는 채워야겠고, 그러니깐 자포자기 심정으로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도 끼워 넣었을 것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재미가 있다. 재미가 있으니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만 찾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때 그 이사님이 회사 다닐 때 어떤 날은 무섭다고 생각하고, 어떤 날은 재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면 그때 그 이사님이 해준 피드백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남들 앞에서 바닥까지 무시당할 때는 오기가 생기고, 가끔은 대들기도 했지만(그 덕에 회사를 나와서 지금은 외국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가끔은 그렇게 혹독한 스트레스를 준게 고맙게 생각될 때도 있다.

그때 그 이사님(지금 보면 형이라고 부르겠지 아마... ㅎㅎㅎ)이 자주 하던 말이 있다.

"너희들은 출근하면서 다들 뇌는 집에다 놓고 오지?"

그때는 기분 나쁘게 들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맞는 말이긴 하다. ㅎㅎㅎ

그리고 그 덕에 이직은 잘 했다

Image by yanalya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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